대만 교통카드 구매 방법 이지카드 아이패스 비교
처음 대만에 도착했을 때, 공항 MRT를 타려고 표를 사러 갔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카드를 찍고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종이표를 사는 사람보다 카드만 찍고 바로 지나가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아 저게 대만의 교통카드구나’ 하고 바로 관심이 갔습니다. 그날 숙소까지 가면서 교통카드를 쓰는 사람과 일회용 승차권을 쓰는 사람의 속도 차이를 보니,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한 일이 교통카드를 사는 일이었을 정도였습니다.
대만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교통카드는 사실상 필수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티머니나 캐시비처럼 한 번 사두면 지하철, 버스, 기차뿐 아니라 편의점, 일부 상점, 자판기까지 두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폐와 동전을 계속 꺼내며 계산할 필요가 줄어들어 여행이 훨씬 편해집니다.
대만 교통카드의 기본 개념
대만의 대표적인 교통카드는 이지카드(EasyCard, 悠遊卡)와 아이패스(iPass, 一卡通) 두 가지가 있습니다. 둘 다 선불식 카드로, 먼저 돈을 충전해 두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카드 안에 충전된 잔액이 줄어들면 다시 충전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지카드는 타이베이 같은 북부 지역, 아이패스는 가오슝 같은 남부 지역에서 주로 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두 카드 모두 대만 전역에서 MRT(지하철), 시내버스, 일부 기차, 공공자전거 등 대중교통뿐 아니라 편의점, 슈퍼마켓, 일부 카페·프랜차이즈, 박물관, 자판기 등 다양한 곳에서 거의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지카드(EasyCard)와 아이패스(iPass)의 차이점과 공통점
두 카드는 겉모습만 다르고 기능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공통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둘 다 MRT, 버스, 대만철도(TRA), 일부 고속철도(HSR 할인), 공공자전거(YouBike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전국 편의점(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하이라이프, OK마트), 일부 슈퍼마켓과 프랜차이즈, 자판기, 박물관 입장권 결제에도 쓸 수 있습니다.
- MRT 역, 주요 기차역,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구매와 충전이 가능합니다.
- 카드 가격은 기본 NT$100로, 카드 자체 비용이어서 환불되지 않습니다.
- 카드 안에 남은 잔액은 환불받을 수 있지만, 사용 횟수와 기간에 따라 NT$20 정도의 수수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지역 이미지와 회사 이름, 그리고 디자인 정도에 더 가깝습니다.
- 이지카드(EasyCard, 悠遊卡)는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먼저 널리 퍼졌어서, 타이베이 시민에게는 익숙한 카드입니다. 한정판이나 기념판 디자인도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 아이패스(iPass, 一卡通)는 가오슝·남부 지역에서 먼저 많이 쓰였습니다. 이쪽 역시 캐릭터 카드나 지역 한정 디자인이 종종 출시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타이베이에서 아이패스를 써도, 가오슝에서 이지카드를 써도 대부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습관적으로 선택이 조금 갈릴 뿐, 여행자 입장에서는 둘 중 아무 카드나 한 장만 잘 써도 충분합니다.
어떤 카드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실제로 카드 선택 때문에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상황별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 타이베이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타이베이 근처를 주로 돌아다닌다면 이지카드를 선택해도 좋습니다. 안내문이나 현지인의 사용 예시에서 이지카드가 상대적으로 더 자주 보이는 편입니다.
- 가오슝이나 남부 도시를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아이패스를 선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오슝 MRT 홍보물 등에서 아이패스를 기본 카드처럼 안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북부와 남부를 모두 오가며 여행할 계획이라면, 가장 먼저 도착한 도시에서 그 순간 구하기 쉬운 카드 하나만 고르시면 충분합니다. 사용 편의성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TPASS(Taiwan Pass)라는 지역별 정기권 방식의 교통상품도 있습니다. 특정 도시나 광역권에서 일정 기간 동안 MRT와 버스를 무제한 혹은 큰 폭의 할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인데, 이 안에 이지카드나 아이패스 기능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무르며 통학하듯 자주 이동할 계획이라면, TPASS 종류와 가격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교통카드 구매 방법
대만 교통카드를 사는 과정은 어렵지 않습니다. 순서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요?
다음 장소에서 이지카드와 아이패스를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 MRT 역 서비스 카운터(Information Counter): 가장 정석적인 방법입니다. 역 직원에게 카드 이름을 말하면 바로 판매해 줍니다.
- 공항 MRT 역: 타오위안 공항 MRT, 가오슝 공항 MRT 등 공항과 연결된 역에서 도착하자마자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주요 기차역(TRA): 타이베이역, 타이중역, 가오슝역 등 큰 역에는 보통 카드 판매 창구나 관련 안내가 있습니다.
- 편의점(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하이라이프, OK마트): 카운터에서 이지카드나 아이패스를 달라고 하면 기본 디자인 카드를 살 수 있습니다. 한정판 캐릭터 카드는 재고가 점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 실제로 구매하는 방법
판매처에 도착하면 다음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 직원에게 “EasyCard” 또는 “iPass”라고 말하거나, 휴대폰에 카드 이름을 적어 보여줍니다.
- 카드 기본 가격 NT$100을 지불합니다. 이 금액은 카드 자체 비용으로, 나중에 환불되지 않습니다.
-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 금액을 함께 말합니다. 보통 NT$100~200 정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충전할 때는 “충전(儲值, Chǔzhí)”라는 단어를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Two hundred NTD” 또는 “兩百塊”라고 말하며 돈을 건네면 됩니다.
- 최종 지불 금액은 카드 가격 NT$100에 충전 금액을 더한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카드 NT$100에 충전 NT$200을 하면 NT$300을 내게 됩니다.
참고로, 카드 디자인을 고르고 싶다면 편의점에서 여러 장을 보여 달라고 부탁해 보아도 됩니다. 다만 바쁜 시간대에는 직원이 여유가 없을 수 있으니 상황을 보면서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통카드 충전과 잔액 확인
여행 중에는 교통카드 잔액이 갑자기 부족해지지 않도록 자주 확인하고 충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잔액 확인 방법
- MRT 역의 자동 충전기: 카드를 지정된 위치에 올려두면 화면에 현재 잔액이 표시됩니다. 영어 메뉴를 지원하는 기계가 많습니다.
- 개찰구 통과 시: MRT 개찰구를 통과할 때, 카드 단말기 화면에 잔액이 잠깐 표시되기도 합니다.
- 편의점: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며 “잔액 확인(查詢餘額)”을 부탁하면 확인해 줍니다.
2. 충전 방법
- MRT 역 자동 충전기: 기계 안내에 따라 금액을 선택하고, 현금(또는 기계에서 허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 MRT 역 서비스 카운터: 원하는 금액을 말하고 현금을 내면 직원이 충전해 줍니다.
- 편의점: 카드를 내밀며 “충전(儲值)”이라고 말하고, 충전할 금액을 함께 알려주면 직원이 충전해 줍니다.
처음에는 NT$200~300 정도만 넣어 두고, 부족해질 때마다 조금씩 채우는 방식이 부담이 덜합니다. 도시 간 이동이 많다면 교통비가 빨리 줄어들 수 있으니, 이동 전날 미리 잔액을 점검해 두면 좋습니다.
대중교통에서 사용하는 방법
대만 교통카드를 실제로 어떻게 찍고 사용하는지도 미리 알아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MRT(지하철) 이용
- 개찰구 앞 단말기 위에 카드를 한 번 가볍게 갖다 대면 문이 열립니다.
- 하차할 때도 마찬가지로 출구 개찰구에 한 번 더 찍어야 합니다.
- 이때 입·출구에서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되며, 잔액이 부족하면 개찰구가 열리지 않습니다.
버스 이용
버스는 지역과 노선에 따라 규칙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출입문 위쪽이나 기사석 근처에 ‘승차 시 태그, 하차 시 태그’ 여부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일반적으로는 탑승할 때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합니다.
- 하차할 때 다시 한 번 찍어야 요금이 정확히 계산되는 노선도 있으니, 버스 안 전광판이나 안내 스티커를 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차와 공공자전거
- 대만철도(TRA)의 일부 구간은 교통카드로 직접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종이표를 따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 공공자전거(YouBike 등)를 사용할 때는 먼저 키오스크나 앱에서 교통카드를 등록합니다. 등록 후에는 대여소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해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과 상점에서 사용하는 방법
교통카드는 교통수단뿐 아니라 간단한 결제 수단으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 편의점 계산대에서 물건을 고른 뒤, 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됩니다.
- 일부 자판기에서도 카드 단말기가 달려 있어 음료나 간식을 카드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카페, 패스트푸드점, 일부 박물관·관광지 매표소 등에서도 교통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가게가 교통카드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입구 스티커나 계산대 근처에 이지카드·아이패스 로고가 붙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잔액 환불과 수수료
여행이 끝날 때 카드에 돈이 조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잔액은 일부 조건 하에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MRT 역 서비스 카운터 등에서 잔액 환불을 요청하면, 카드 안에 남아 있는 금액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줍니다.
- 카드 자체 가격인 NT$100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이 금액은 기념품처럼 생각해도 좋습니다.
- 카드 사용 기간이 3개월 미만이거나 사용 횟수가 5회 미만이면, NT$20 정도의 수수료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마지막 날까지 교통비와 간단한 간식값으로 잔액을 거의 다 쓰고, 아주 조금 남는 경우에는 굳이 환불하지 않고 다음에 또 올 때 쓰려고 카드 자체를 보관하기도 합니다.
추가로 참고하면 좋은 정보
대만 교통카드와 TPASS, 그리고 각 도시별 교통 정보는 각 회사나 교통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지카드 관련 안내는 다음 공식 사이트에서 영어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행 시기나 정책에 따라 적용되는 할인이나 이벤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 한 번쯤 확인해 두면 예산을 짤 때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대만의 이지카드와 아이패스는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한 장만 잘 준비해도 여행 내내 교통과 간단한 결제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도착 첫날 공항이나 MRT 역, 편의점에서 부담 없이 한 장 마련해 두시고, 필요할 때마다 충전하며 사용해 보시면 교통카드의 편리함을 자연스럽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