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갔을 때 역에서 줄을 서서 표를 사느라 매번 허둥지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잘못 끊은 표를 다시 바꾸느라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옆에서 현지인이 아이폰만 톡 찍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저건 도대체 뭐지?” 하고 궁금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스이카(Suica)를 애플페이에 등록해서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한 번 설정해 두니 교통편 결제부터 편의점, 자판기까지 전부 아이폰과 애플워치로 해결할 수 있어서 여행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이카를 애플페이에 등록하는 방법과 실제로 일본에서 어떻게 쓰면 편한지, 그리고 자주 헷갈리는 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스이카 애플페이 등록 전에 준비할 것
스이카를 애플페이에 등록하려면 먼저 몇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미리 체크해 두면 등록 과정에서 오류가 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호환 가능한 기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폰 8, 아이폰 X 이후 모델 (즉, 아이폰 8 / X 이상)
- 애플워치 시리즈 3 이후 모델
또한 아래 사항을 꼭 확인해두셔야 합니다.
-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iOS / watchOS가 가능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어 있어야 합니다.
- 기기에 본인 Apple ID로 로그인되어 있어야 합니다.
- 와이파이나 셀룰러 데이터 등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 애플페이에 등록 가능한 신용·체크카드가 필요합니다. 보통 Visa, Mastercard, AMEX, JCB 등이 지원되지만,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의 경우 일부는 스이카 충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지역 설정이 중요한데, 일부 사용자는 국내 설정 그대로 두면 지갑 앱에서 Suica가 안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설정 > 일반 > 언어 및 지역 > 지역을 일본(Japan)으로 잠시 바꾸면 스이카가 나타나는 일이 많습니다. 등록이 끝난 뒤에는 다시 원래 국가로 돌려도 스이카 사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운 스이카 카드 만들기 (실물 카드 없이 시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실물 카드 없이 아이폰 안에서 새 스이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 두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합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폰에서 기본 지갑 앱(Wallet)을 엽니다.
- 우측 상단의 ‘+’ 버튼을 탭합니다.
- ‘교통 카드(Transit Card)’ 항목을 선택합니다.
- 목록에서 Suica를 찾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검색창에 ‘Suica’를 직접 입력해 찾습니다.
- 새로 만들 스이카에 충전할 초기 금액을 선택합니다. 보통 최소 1,000엔부터 시작합니다.
- 애플페이에 등록된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하고 약관에 동의한 뒤 결제를 진행합니다.
- 잠시 기다리면 지갑 앱 안에 디지털 스이카 카드가 추가됩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실물 카드 없이도 바로 개찰구나 버스,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음에 다시 방문했을 때 잔액이 그대로 남아 있어 편리합니다.
실물 스이카 카드를 아이폰으로 옮기기
이미 역에서 산 실물 스이카를 가지고 있다면, 그 카드를 아이폰 안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면 실물 카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아이폰 안의 스이카만 유효해집니다. 대신 카드에 남아 있던 잔액과 보증금 500엔이 모두 디지털 스이카 잔액으로 합쳐져서 좀 더 알뜰히 쓸 수 있습니다.
실물 카드를 옮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폰에서 지갑 앱을 엽니다.
- 우측 상단 ‘+’ 버튼을 탭합니다.
- ‘교통 카드(Transit Card)’를 선택합니다.
- Suica를 선택합니다.
- ‘기존 카드 전송(Transfer Existing Card)’ 항목을 선택합니다.
- 실물 스이카 카드 뒷면의 카드 번호 마지막 4자리를 입력합니다. My Suica나 정기권(Commuter Pass)인 경우에는 생년월일도 함께 입력해야 합니다.
- 아이폰 상단을 실물 스이카 카드 중앙에 대고 가만히 둡니다. 카드 정보가 전송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전송이 완료되면 실물 카드의 잔액과 보증금 500엔이 디지털 스이카로 옮겨집니다. 이 시점부터 실물 스이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기능은 특히 정기권 스이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용합니다. 단, 회사나 학교에서 발급한 특별한 조건의 정기권의 경우, 일부는 디지털 전송이 제한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이카 잔액 충전(Top-up) 방법
교통비와 간단한 쇼핑을 계속하다 보면 스이카 잔액이 부족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역의 충전기나 편의점을 찾아갈 필요 없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서 충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갑 앱을 엽니다.
- 등록된 스이카 카드를 탭합니다.
- 카드 상세 화면에서 ‘추가 금액(Add Money)’ 또는 ‘충전(Top Up)’ 버튼을 선택합니다.
- 충전할 금액을 선택합니다.
- Face ID, Touch ID, 혹은 기기 암호로 결제를 승인합니다.
- 몇 초 후 잔액이 바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발행 카드로 충전이 안 되는 경우도 현실적으로 꽤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일본 현지에서 발급된 JCB 카드, 혹은 일본 결제가 잘 되는 카드로 다시 등록해서 시도하기
- JR 역 안에 있는 충전기나 편의점(세븐일레븐, 로손 등)에서 현금으로 충전하기
특히 현금을 어느 정도 준비해두고, 충전이 잘 안 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애플페이 스이카 실제 사용 방법
애플페이에 스이카를 등록하면 보통 자동으로 ‘익스프레스 카드(Express Transit Card)’로 설정됩니다. 익스프레스 카드는 잠금을 해제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가 되는 카드라서, 개찰구 앞에서 지문 인식이나 얼굴 인식 때문에 막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용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합니다.
-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따로 켜거나 잠금을 풀 필요 없이,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됩니다.
- 지하철 개찰구, 버스 단말기, 편의점 계산대, 자판기 등 스이카 로고가 붙어 있는 곳의 단말기에 아이폰 상단 혹은 애플워치 화면을 가볍게 갖다 댑니다.
-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납니다. 화면에는 잔액과 이용 금액이 표시됩니다.
아이폰은 상단 부분을 단말기에 가까이 대는 것이 인식이 잘 됩니다. 애플워치는 화면을 직접 단말기에 닿을 듯 말 듯 대면 거의 바로 인식됩니다. 너무 오래 대고 있으면 단말기가 다시 에러를 낼 수 있으니, ‘삑’ 소리가 나면 바로 떼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주의사항과 팁
스이카를 애플페이로 사용할 때 헷갈리기 쉬운 점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익스프레스 카드 설정: 스이카가 익스프레스 카드로 설정되어 있으면, 잠금 화면에서도 바로 결제가 됩니다. 만약 자동 인식이 안 된다면, 설정 > 지갑 및 애플페이에서 익스프레스 카드 항목을 확인해 스이카가 선택되어 있는지 체크해 보셔야 합니다.
- 배터리가 거의 없을 때: 일부 아이폰 모델에는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 기능이 있어서, 화면이 꺼지고 전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몇 시간 정도 스이카 결제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고, 완전 방전된 뒤에는 사용이 안 될 수 있으니 너무 믿지 말고 배터리를 어느 정도는 유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실물 카드 무효화: 실물 스이카를 아이폰으로 옮기면, 그 플라스틱 카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지갑에서 꺼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보증금 500엔: 역에서 실물 스이카를 살 때 낸 보증금 500엔은, 아이폰으로 옮기는 순간 스이카 잔액에 합쳐집니다. 따로 돌려받는 금액이 아니며, 결국 교통비나 쇼핑에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 환불 문제: 애플페이에 있는 스이카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받으려면 보통 일본 내 JR 역 창구에 직접 가야 합니다. 절차가 다소 번거롭고, 일본어가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에, 여행 마지막 날에 맞춰 잔액을 거의 다 쓰도록 계획하는 편이 편합니다.
- 아이폰과 애플워치 동시 사용: 하나의 스이카 카드는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 있던 스이카를 애플워치로 옮기면, 아이폰에서는 그 스이카가 사라지고 워치에서만 쓸 수 있게 됩니다.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같은 스이카를 쓰는 방식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애플워치에 스이카를 옮기고 싶다면, 아이폰의 지갑 앱에서 스이카를 선택한 뒤 정보 탭에서 ‘워치에 추가’와 비슷한 항목을 눌러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이 끝나면, 워치를 손목에 차고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어서, 가방 속에서 아이폰을 꺼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추가로, 애플과 JR East가 제공하는 공식 안내 페이지를 참고하면 최신 지원 기종과 기능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링크에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애플 공식 Suica/교통카드 안내
이처럼 스이카를 애플페이에 등록해 두면 표를 살 때마다 금액을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지고, 잔돈 문제도 크게 줄어듭니다. 지하철, 버스, 편의점, 자판기, 일부 음식점까지 한 번에 결제할 수 있어서, 여행 중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