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려고 은행을 찾아갔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통장에 잔액이 없어도 일정 한도 안에서는 돈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마치 비상금이 생긴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고객님 소득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다른 데서 받은 대출은 없으신가요?” 같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단순히 통장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은행이 제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고 한도를 정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도 바로 이런 방식으로 한도를 정합니다.

마이너스통장은 쉽게 말해, 은행이 미리 정해준 한도 안에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신용대출입니다. 이 한도가 사람마다 왜 다른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정하는 큰 틀

국민은행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정할 때 보는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인의 신용도입니다. 둘째, 소득과 직업의 안정성입니다. 셋째, 이미 가지고 있는 대출을 포함한 전체 부채 수준입니다. 넷째, 국민은행과 얼마나 꾸준히 거래해 왔는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청하는 상품의 종류와 그때그때의 은행 내부 규정도 중요합니다.

이 요소들이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득이 높은데 연체가 많으면 한도가 줄고, 소득이 조금 적더라도 카드나 대출 관리를 깔끔하게 했다면 생각보다 한도가 넉넉하게 나오는 식입니다.

신용도: 숫자로 보이는 신뢰도

은행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신용점수와 신용거래 이력입니다. 신용점수는 신용카드 사용, 카드값 납부, 각종 대출 상환 내역 등을 바탕으로 개인신용평가회사가 계산하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NICE평가정보와 KCB 같은 회사에서 이 점수를 관리합니다.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동안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을 성실하게 관리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빌려준 돈을 약속대로 갚을 가능성이 높겠다”라고 판단하고, 한도를 넉넉하게 주거나 금리를 조금 더 좋게 적용해 줍니다.

반대로 점수가 낮거나, 신용조회 기록이 지나치게 많거나, 단기간에 여러 대출을 반복적으로 받은 이력이 있으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은 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카드값, 대출이자, 휴대전화 요금 등의 연체 이력
  • 이미 가지고 있는 신용대출, 카드론, 햇살론 등 각종 대출의 총액
  • 최근 1~2년 사이의 상환 습관

잠깐의 실수로 하루 이틀 늦게 납부한 기록 몇 번이 당장 대출을 막지는 않지만, 자주 반복되면 은행이 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대출 승인을 보류할 수 있습니다.

소득과 직업: 돈을 벌고 있는 기반

마이너스통장은 결국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앞으로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을까?”를 따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단순한 연봉뿐 아니라, 소득의 형태와 직업의 안정성이 함께 평가됩니다.

연봉과 실제 소득 수준

소득이 높을수록 상환 능력이 높다고 보고, 한도를 더 크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은행은 말로만 듣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서류를 통해 확인합니다.

  •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건강보험료 납부 확인서 등
  • 자영업자·사업자의 경우: 소득금액증명원, 사업자등록증, 부가가치세 신고서 등
  • 프리랜서·기타 소득자의 경우: 통장 입출금 내역, 용역계약서, 소득 신고 내역 등

종이에 적힌 숫자도 중요하지만, 은행은 “이 소득이 앞으로도 일정하게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를 더 중점적으로 봅니다.

재직기간·사업기간과 직업의 안정성

같은 소득이라도,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최근에 일을 시작한 경우에는 한도가 조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거나, 사업을 몇 년 이상 안정적으로 이어온 경우에는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또한 직업 자체의 특성도 평가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보는 편입니다.

  • 공무원, 교직원 등 국가·공공기관 근무자
  • 대기업, 금융기관, 안정적인 중견기업의 정규직 직원
  • 장기간 운영된 자영업·전문직(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은행 내부에는 거래 실적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우량기업 리스트’ 같은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회사의 직원이라면 심사에서 약간의 가점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급여 명세서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득의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은행에 “소득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간의 소득금액증명원, 통장 입금 내역, 주요 거래처와의 계약 등을 통해, 단순히 한두 달 수입이 많았던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입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 심사에 도움이 됩니다.

DSR과 DTI: 전체 빚을 따져보는 기준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모든 대출에는 금융당국이 정한 규제가 적용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입니다. 이름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빚을 갚고 있는가”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DSR(Debt Service Ratio)

DSR은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연 소득의 몇 퍼센트인지를 계산한 비율입니다. 여기에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카드론 등 거의 대부분의 대출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4천만 원인데, 1년에 갚아야 할 모든 대출 원금과 이자가 1천2백만 원이라면 DSR은 30%가 됩니다. 이 비율이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국민은행이 마이너스통장을 내주고 싶어도 규정상 한도를 크게 줄이거나 승인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DTI(Debt To Income)

DTI는 주택 관련 대출의 원리금과 기타 대출 이자 등이 연 소득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보는 비율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DTI가 많이 쓰였고, 지금은 DSR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입니다. 다만 두 기준은 여전히 함께 활용되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마이너스통장 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이미 여러 대출을 받아서 상환 부담이 크다면, 새로운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행과의 거래 실적

은행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꾸준히 거래해 온 고객이 더 익숙하고, 정보도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라면 국민은행을 자주 이용한 사람에게 조금 더 우대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거래 고객의 장점

다음과 같은 거래가 일정 기간 이상 누적되면, 국민은행 입장에서 “이 고객은 우리와 관계가 탄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급여 이체 계좌를 국민은행으로 사용
  • 아파트 관리비,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 자동이체 실적
  • 예금, 적금, 청약통장,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
  • 국민카드 사용 및 카드 대금 결제 계좌 보유

이렇게 거래가 쌓이면 내부 고객 등급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에는 ‘KB스타클럽’처럼 거래 실적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제도가 있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나 금리에서 우대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상품 종류와 은행 내부 정책

국민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조건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 중 일부는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처럼 특정 직군이나 소득 조건을 갖춘 사람을 위한 상품이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한도대출 상품이 존재합니다.

각 상품마다 기본 한도, 최저·최고 금리, 필요 서류, 최소 재직기간 등 세부 조건이 다릅니다. 같은 사람이 신청해도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능한 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은행 내부의 심사 기준과 대출 여력이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나 금리 급등기에는 전체적으로 대출 심사가 더 엄격해지고, 최대 한도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금융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우대 조건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마이너스통장 신청 전 준비하면 좋은 것들

한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해했다면, 막상 신청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궁금해집니다.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미리 챙겨두면 심사에 도움이 됩니다.

  • 최근 몇 년간의 연체를 최대한 정리하고, 카드 결제일·대출 상환일을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기
  • 불필요한 소액 대출이나 카드론은 가능하면 줄이기
  • 연봉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 준비하기
  • 재직증명서,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등 직업과 재직기간을 보여줄 수 있는 서류 준비하기

국민은행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뱅킹에서는 간단한 정보만으로 예상 한도를 조회해 보는 기능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영업점을 방문하면 상담 직원이 개인 상황을 보고, 어떤 상품이 어울리는지와 대략적인 한도 범위를 함께 안내해 줍니다.

상담을 통해 한도가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면, 그 이유를 차분히 물어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나중에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을지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신용 관리, 소득 증빙, 거래 실적 중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금융 계획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