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IRP를 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연말정산 때 세금만 조금 돌려받는 계좌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막상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로 가입 절차를 밟아 보니, 단순히 세금 혜택만이 아니라 노후 생활비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통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 IRP는 모바일로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IRP는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모아둘 수도 있고, 스스로 추가 납입도 할 수 있는 계좌입니다. 한 번 개설해두면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연말정산과 노후 준비에 동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RP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보기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는 말 그대로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근로소득자뿐 아니라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입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IRP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후에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자금을 모으는 계좌입니다.
- 납입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말정산 시 세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계좌 안에서 예금, 펀드, ETF 등 여러 상품을 섞어서 운용할 수 있습니다.
퇴직할 때 회사에서 받는 퇴직금을 IRP로 옮겨두면, 그 돈을 한 번에 써버리지 않고 나중에 연금처럼 나누어 받는 데 유리합니다. 또, 퇴직금을 옮기지 않아도 매년 일정 금액을 스스로 넣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가 기업은행 IRP에 가입할 수 있는지
기업은행 IRP 가입 대상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입이 가능합니다.
- 근로소득자: 회사원,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
-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이 꾸준히 있는 사람
-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 공적연금 가입자
다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이미 받고 있으면서 현재 따로 일하지 않는 경우에는, 세액공제 한도나 조건이 일반적인 가입자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업은행 영업점에서 정확한 안내를 받고 가입 여부와 한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은행 IRP 계좌를 만드는 두 가지 길
기업은행 IRP 계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개설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업은행 모바일 앱(i-ONE 뱅크)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는 방법입니다. 둘 다 절차는 비슷하지만, 설명을 들으며 진행하고 싶다면 영업점을,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하고 싶다면 모바일을 선택하면 됩니다.
방법 1: i-ONE 뱅크 앱으로 비대면 개설하기
스마트폰으로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미 기업은행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사용 중이라면 특히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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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E 뱅크 앱 설치 및 로그인
우선 스마트폰에 기업은행 i-ONE 뱅크 앱을 설치한 뒤 실행합니다. 이미 설치되어 있다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로그인할 때는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간편비밀번호, 패턴, 지문 등 본인이 설정해 둔 방식으로 접속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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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퇴직연금 메뉴로 이동
앱 화면에서 메뉴 버튼을 누른 후, 금융상품 또는 상품몰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연금/퇴직연금 또는 연금 카테고리를 고르면, 여러 연금 상품 중에서 IRP 또는 개인형IRP 항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상품을 선택해 가입 또는 개설 버튼을 누르면 본격적인 신청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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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설명 확인과 약관 동의
IRP가 어떤 구조인지, 세액공제는 어떻게 되는지, 중途해지 시 불이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나옵니다. 이 부분을 대충 넘기면 나중에 세금 관련해서 당황할 수 있으니, 시간을 들여서 읽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뒤에는 약관과 상품설명서에 동의하는 절차를 차례대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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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확인과 기본 정보 입력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기 때문에 본인 확인 과정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제출하게 됩니다. 이어서 본인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소액을 이체한 뒤, 해당 계좌에 입금된 인증번호를 앱에 입력해 본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받습니다.
이후 직업, 소득 수준, 투자 경험, 투자 성향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IRP는 투자 성향에 따라 가입 가능한 상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맞게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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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상품 선택하기
IRP는 계좌만 만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금융상품을 담을지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크게 나누면 다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 원리금보장형: 은행 예금, 저축보험, 일부 채권성 상품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은 상품입니다. 대신 기대 수익률도 비교적 낮습니다.
- 실적배당형: 펀드,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ETF 등처럼 실제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되는 상품입니다. 수익 기회는 크지만, 손실 가능성도 함께 존재합니다.
앱에서는 투자 성향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권장 비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높게 두고, 투자에 익숙해질수록 실적배당형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도 많이 선택합니다. 선택한 상품은 나중에 다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은 덜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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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입 계좌와 나중에 받을 계좌 설정
IRP에 돈을 넣을 때 출금될 계좌를 지정해야 합니다. 주로 본인이 평소 급여를 받거나 사용하는 기업은행 입출금계좌를 연결합니다. 또한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돈을 받을 계좌도 함께 지정하게 되며, 이 계좌는 나중에 변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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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 후 계좌 개설 완료
지금까지 입력한 정보, 선택한 운용 상품, 약관 동의 내용 등을 한 번에 확인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잘못 체크한 부분은 없는지, 납입 계좌와 수령 계좌가 정확한지 확인한 뒤, 가입 완료 버튼을 누르면 개설이 마무리됩니다. 이후 문자나 앱 알림으로 IRP 계좌가 개설되었다는 안내를 받게 됩니다.
방법 2: 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개설하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직접 상담을 받아 보면서 가입하고 싶을 때는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이 편할 수 있습니다. IRP 구조나 세액공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때도 이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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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챙기기
영업점에 방문할 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같은 본인 신분증
- 본인 명의 휴대폰(문자 인증, 알림 수신용)
- 선택 사항: 급여명세서나 사업소득 관련 서류(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상담에 참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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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방문 및 담당 창구 접수
가까운 기업은행 영업점을 찾아 영업시간에 방문합니다. 번호표를 뽑을 때 퇴직연금이나 일반 상담 창구를 선택하고, 불려갔을 때 IRP 계좌를 개설하고 싶다고 말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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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상담 및 서류 작성
창구 직원이 IRP의 기본 구조, 세액공제 한도, 중도해지 시 불이익, 운용 상품 종류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을 하면서 정리해두면 좋습니다.
이후 계좌 개설 신청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투자 성향 분석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나이, 소득,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어떤 비율로 상품을 구성하는 게 좋은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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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상품 선택과 계좌 설정
상담을 토대로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어떻게 섞을지 결정합니다. 펀드 이름이나 예금 상품명은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과 기대 수익률을 여러 번 확인해 보면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납입 계좌와 나중에 연금을 받을 계좌를 함께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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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개설 완료
서류 작성과 시스템 등록이 끝나면 IRP 계좌가 개설됩니다. 계좌번호와 나중에 조회하는 방법 등을 안내받고, 필요하다면 모바일뱅킹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등록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IRP 계좌를 만든 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
계좌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추가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간 납입 한도와 세액공제 한도 구분하기
IRP에는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과, 그중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서로 다릅니다.
- 연간 납입 한도: 연금저축 계좌와 IRP를 합산해서 1년에 최대 1,800만원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 세액공제 한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일반적으로 연 700만원(소득 수준과 제도 변화에 따라 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도까지로 구분됩니다.
또한 IRP에 퇴직금을 이체하는 경우에는 이 금액이 일반적인 세액공제 한도와는 별도로 취급되는 부분도 있어, 연말정산 때 헷갈리지 않도록 연금저축과 IRP 납입 내역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와 소득에 따라 한시적으로 공제 한도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가입 시점에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액공제율 이해하기
IRP에 납입한 금액 중 세액공제 대상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 구간에 따라 일정 비율로 세금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정 소득 이하 구간에는 더 높은 공제율이, 그 이상에는 조금 낮은 공제율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을 납입했다고 가정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약 13%대 또는 16%대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 식으로 계산됩니다. 실제 금액은 연말정산 시점의 세법과 개인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세청 홈택스 모의계산 서비스나 은행에서 제공하는 안내를 통해 구체적인 예상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수료 구조 살펴보기
IRP에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마다 수수료 수준이 다르고, 같은 금융회사 안에서도 모바일 가입인지, 영업점 가입인지,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경우에도 온라인(모바일)으로 개설할 때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혜택은 시기마다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가입 화면이나 상품 안내지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장기간 운용하는 계좌인 만큼, 매년 조금씩 빠져나가는 수수료가 장기적으로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운용 상품은 나중에 바꿀 수 있다는 점
처음 IRP를 만들 때 선택한 상품 구성이 평생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좌가 개설된 뒤에도 언제든지 기존 상품을 매도하고, 다른 상품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거나, 본인의 소득과 나이, 투자 성향이 바뀌면 상품 구성을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실적배당형 상품은 해지 시점의 가격에 따라 손익이 확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률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급하게 갈아타기보다는, 전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중途 인출과 해지 시 주의할 점
IRP는 기본적으로 노후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계좌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중간에 꺼내 쓰는 구조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는 55세 이후에 일정 기간 이상 연금 형태로 나눠 받아야 세금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만약 중간에 계좌를 해지해서 한 번에 찾거나, 일부 금액을 인출하면,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 기타소득세(일반적으로 16.5% 정도, 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 할 수 있고,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중간에 돈이 필요해도, 의료비나 재해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지므로, 해지를 고민할 때는 먼저 세금과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IRP는 한 번 만들어 두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계좌입니다. 기업은행에서 제공하는 모바일과 영업점 채널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채워가는 계좌로 활용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