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면서 교통카드를 찍을 때마다 숫자가 깜빡이는데, 늘 “이번 달 교통비 또 얼마나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일정 금액만 내면 한 달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마음껏 탈 수 있다는 기후동행카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뭔가 복잡한 제도 같고, ‘후불교통카드처럼 나중에 돈을 내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한마디로 말해서 정해진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불 정액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선불”과 “정액권”입니다. 먼저 일정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하고, 그 다음에는 이용 기간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마다 따로 요금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즉,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마음껏 쓰는” 구조입니다.

이 카드에는 “후불로 나중에 요금을 정산한다”는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보통 후불교통카드는 카드를 찍고 다니다가, 한 달이 끝나면 그동안 쓴 금액을 한꺼번에 신용카드 대금으로 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애초에 이용권을 선불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지불한 금액 안에서만 이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불 금액 정산”이라는 표현은 기후동행카드에는 맞지 않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어떻게 결제해서 쓰는지

기후동행카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많이 사용합니다. 하나는 스마트폰으로 쓰는 모바일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다니는 실물카드 형태입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둘 다 공통점은 “선불로 이용권을 사서 쓰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모바일카드는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앱에서 발급을 받고, 그 안에서 계좌이체나 다른 결제수단으로 이용권을 구입합니다. 여기서 이용권을 한 번 사면, 예를 들어 30일 동안 정해진 지역 안의 버스와 지하철을 추가 요금 없이 계속 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바로 “선불 결제”입니다.

실물카드는 편의점이나 지정된 판매처에서 카드를 먼저 구입한 뒤, 지하철역 안 무인충전기나 다른 충전 장소에서 이용권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씁니다. 카드 자체를 살 때 내는 비용과, 그 안에 넣는 이용권 금액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이용권을 넣는 순간부터 일정 기간 동안은 사용 조건에 맞는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미리 돈을 넣어두는 선불 구조입니다.

후불교통카드와 무엇이 다른지

기후동행카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기존의 후불교통카드입니다. 생김새만 보면 둘 다 카드이고, 개찰구나 버스 단말기에 찍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후불교통카드는 신용카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실제로는 카드 회사가 요금을 먼저 내주고, 한 달이 끝나면 그동안 쓴 교통비를 한꺼번에 청구합니다. 그래서 이용할 때는 잔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나중에 고지서를 받으면 사용한 만큼 돈을 내야 합니다. 이게 바로 “후불”입니다.

반대로 기후동행카드는 “이번 달 교통비로 얼마를 내겠다” 하고 처음에 정해진 금액을 선지불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은 추가 비용이 따로 나가지 않습니다. 사용 내역이 쌓이기는 하지만, 그 내역은 나중에 돈을 더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용 패턴을 확인하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기후동행카드를 쓰면서 “이번 달 교통비가 얼마나 나올까”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다 낸 금액 안에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물 카드 안의 T-money 잔액은 어떻게 되는지

실물 형태의 기후동행카드는 보통 교통카드 회사의 기본 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장의 카드 안에 ‘기후동행카드 이용권’과, 일반적인 티머니(T-money) 잔액 기능이 같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이름은 같아도 성격이 다릅니다.

기후동행카드 이용권은 기간제 정액권입니다. 예를 들어 30일 동안 서울 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별도의 잔액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드 안에 별도로 충전한 티머니 잔액은 완전히 다른 용도로 쓰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기후동행카드 적용 지역 밖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 기후동행카드로는 포함되지 않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 편의점 등 일부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이때 쓰이는 돈은 선불로 충전해둔 티머니 잔액에서 빠져나갑니다. 즉, 교통카드 잔액을 채워두고 필요할 때마다 깎이는 방식입니다. 이 부분도 어디까지나 “선불 충전 금액에서 차감”되는 구조일 뿐, 나중에 몰아서 계산하는 후불 방식이 아닙니다. 한 카드 안에 서로 다른 두 기능이 들어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능이 쓰이는지만 구분해서 이해하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환불을 받을 때 생기는 오해

기후동행카드를 쓰다가 사정이 생겨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면, 남은 기간에 따라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남은 날을 계산해서 돈을 돌려준다는데, 이게 후불 정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후불이라는 개념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처음에 기후동행카드 이용권을 살 때, 이미 일정 기간 전체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번에 냅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한 일수와 남은 일수를 따져서, 사용하지 않은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 환불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낸 돈 중에서 일부를 되돌려 받는 것”입니다.

후불 정산은 먼저 쓰고 나중에 그만큼의 돈을 내는 구조입니다. 반면 기후동행카드 환불은 먼저 낸 돈 중에서 쓰지 않은 몫을 일부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환불 정책을 보고 “후불 정산”이라고 부르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후동행카드를 이해할 때 기억해두면 좋은 점

기후동행카드는 이름 때문에 환경 정책이나 여러 제도와 얽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몇 가지 핵심만 기억하면 헷갈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 먼저 일정 금액을 내고, 그 기간 동안 정해진 범위 안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선불 정액권입니다.
  • 신용카드와 연결되어 한 달 뒤에 청구되는 후불교통카드와는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 실물카드에 들어 있는 티머니 잔액은 별도의 선불 충전금으로, 기후동행카드 적용 범위 밖에서 사용할 때 차감됩니다.
  • 중간에 이용을 그만두고 환불을 받는 것은, 이미 낸 돈 중에서 남은 부분을 돌려받는 것이지 후불 요금을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기후동행카드에는 “후불 금액”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정해진 금액을 선지불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이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교통카드를 찍을 때마다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제한 이용권을 쓰고 있다”는 점만 떠올리면, 이 카드의 원리는 한 번에 정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