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여행을 준비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것이 돈을 어떻게 챙겨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현금을 미리 얼마나 바꿔야 할지,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얼마나 나올지, 또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바로 여러 나라 돈을 한 카드에 넣어 쓸 수 있는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예전 어른들이 말하던 ‘여행자 수표’랑 비슷한 이름이라 처음에는 같은 것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은행에서 말하는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예전 종이로 된 여행자 수표가 아니라, 일반 체크카드처럼 생긴 ‘다통화 체크카드’입니다. 하나의 카드에 미국 달러, 유로, 엔화 같은 여러 나라 통화를 미리 충전해서 쓰는 방식입니다. 신한은행의 쏠트래블 체크카드,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우리은행의 WON 글로벌 체크카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 카드마다 세부 혜택과 지원 통화 수, 우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공통적으로 많이 알려진 특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가입하기 전에 은행과 카드사에서 최신 안내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의 기본 개념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우리나라 원화를 미리 원하는 외화로 바꿔서 카드 안에 넣어 두고, 해외에서 쓸 때 그 외화를 사용하는 방식의 체크카드입니다. 체크카드라서 통장에 있거나 카드에 충전된 금액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한 만큼 바로 빠져나갑니다. 신용카드처럼 빚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카드가 특히 여행할 때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환전 수수료를 크게 줄여 준다는 점, 또 하나는 해외 ATM(현금 인출기) 이용 시 카드사 수수료를 덜 내거나 아예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여러 통화를 한 번에 관리하기 쉽고, 남은 돈을 다시 원화로 돌려놓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환전 수수료 우대와 환율 잠그기
해외에서 돈을 쓰려면 결국 원화를 외화로 바꿔야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것이 환율과 환전 수수료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바꾸거나, 일반 체크카드로 해외 결제를 하면 보통 환전 수수료가 포함됩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이 부분을 크게 줄여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많은 트래블러스 체크카드가 미국 달러(USD), 유로(EUR), 일본 엔화(JPY) 같이 자주 쓰이는 주요 통화에 대해 ‘환율 우대 100%’ 같은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100% 우대라는 말은, 은행에서 보통 붙이는 환전 수수료(스프레드)를 거의 또는 전부 받지 않겠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다만 실제로 어떤 통화에 얼마까지 우대를 해 주는지는 카드별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안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주요 통화가 아닌 기타 통화의 경우에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50%~90% 수준으로 수수료를 깎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여러 나라 통화나 유럽 내 일부 국가의 통화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어떤 통화가 어느 정도 우대를 받는지는 카드사별, 통화별로 세부 조건이 다릅니다.
이 카드는 대부분 은행 앱이나 전용 앱을 통해 미리 환전을 해 놓는 구조입니다. 환율이 괜찮을 때를 골라서 미리 충전해 두었다가, 나중에 여행을 가서 실제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두면, 여행 직전에 갑자기 환율이 올라가더라도 이미 충전해 둔 금액에는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서 충전하는 식으로 본인이 부담 없는 선에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 ATM 인출 수수료 구조 이해하기
해외 ATM을 이용할 때 들 수 있는 수수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카드사나 은행에서 받는 ‘해외 인출 수수료’, 다른 하나는 현지 ATM 기기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별도로 받는 ‘ATM 기기 수수료’입니다. 이 둘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보통 카드사에서 부과하는 해외 인출 수수료를 줄이거나 없애 주는 혜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체크카드로 해외 ATM에서 돈을 뽑으면 건당 몇 달러씩 수수료가 붙고, 여기에 인출 금액의 일정 비율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이러한 카드사 측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큰 폭으로 할인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 ATM 기기 운영사가 받는 수수료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항에 있는 ATM, 편의점 ATM, 또는 특정 회사에서 운영하는 ATM 등은 자체 수수료를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비용은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쓰더라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일부 지역의 특정 브랜드 ATM, 관광지 근처의 기기 등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현금을 뽑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가능하면 현지 은행 이름이 붙어 있는 ATM을 우선적으로 이용합니다.
- 인출을 진행하기 전에 화면에 표시되는 수수료 안내를 잘 읽고, 너무 비싸다고 느껴지면 인출을 취소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 하나 꼭 알아두어야 할 개념이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라는 것입니다. 해외 ATM이나 카드 단말기에서 결제를 할 때, 가끔 “원화(KRW)로 결제할까요, 현지 통화로 결제할까요?”라는 선택지가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원화를 선택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금액이 한눈에 들어와서 편해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원화로 결제할 경우 불리한 환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는 현지 통화로 결제하거나 인출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화면에서 ‘Local Currency’, ‘No Conversion’ 등에 해당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여러 통화를 한 카드에 담는 방식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한 나라 통화만 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통화를 동시에 저장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은행과 카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개 안팎에서 그보다 더 많은 통화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화, 중국 위안, 영국 파운드, 태국 바트, 베트남 동 등 다양한 통화를 하나의 카드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여러 나라를 연속해서 여행할 때 특히 편리합니다. 나라를 옮길 때마다 현금을 다시 환전할 필요 없이, 미리 충전해 둔 해당 나라 통화를 카드로 바로 사용하는 식입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도, 결제 통화와 같은 통화를 카드 안에 미리 넣어두면 환전 과정을 한 번 줄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해외 결제와 수수료, 사용 방식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체크카드이면서도 일반 신용카드·체크카드처럼 해외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결제가 가능합니다. 카드에 해당 통화가 이미 충전되어 있으면, 결제할 때 그 통화 잔액에서 바로 빠져나갑니다. 이때 일부 카드 상품은 해외 이용 수수료(국제 브랜드 수수료와 별도로 붙는 추가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줄여 주는 조건을 제공합니다.
만약 결제 통화에 해당하는 잔액이 부족하다면, 일부 상품은 다른 통화나 원화 계좌에서 자동으로 차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별도의 환전이 필요하고, 조건에 따라 수수료가 붙을 수 있으니, 실제 사용 전에 카드 약관과 안내문을 한 번쯤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외화 정리와 환불 과정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카드 안에 남은 외화를 어떻게 할지가 또 하나의 고민입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이 부분도 비교적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통 은행 앱에서 남은 외화를 다시 원화로 재환전해서, 연결된 계좌로 옮기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일부 상품은 재환전 시에도 수수료를 우대하거나 면제해 주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므로, 실제 상품 안내를 보고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환율이 다시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환전 금액이 처음 충전할 때와 완전히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다만 현금을 직접 바꿀 때보다 과정을 훨씬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앱으로 관리하는 편의성과 안전 장치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대부분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서 쓰게 되어 있습니다. 앱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현재 각 통화별 잔액과 원화 환산 금액 확인
- 원화에서 외화로, 또는 외화끼리 환전 및 충전
- 카드 일시 정지(잠금), 재사용 설정
- 사용 내역 조회
무엇보다 카드 분실이나 도난 상황에서 앱으로 바로 카드를 잠글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크게 당황하지 않고, 우선 앱에서 결제를 막아두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선불 또는 체크 방식이라, 미리 충전해 둔 금액 이상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신용카드에 비해 한 번에 부담해야 할 금액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셈입니다.
카드사별 추가 혜택과 차이점
각 은행과 카드사는 기본적인 환전 우대와 해외 인출 수수료 혜택 외에도 여러 부가 혜택을 더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서 공항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하거나, 면세점·해외 숙박·항공권 할인 쿠폰을 주는 식입니다. 또 해외 결제 금액의 일부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하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여행자 보험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제 결제망(브랜드)으로는 보통 Visa나 Mastercard가 많이 사용됩니다. 이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며, 브랜드에서 별도로 제공하는 여행 관련 혜택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별 혜택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로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지는 가입 시점에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로 많이 언급되는 카드들의 특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집니다. 신한 쏠트래블 체크카드는 여러 통화를 폭넓게 지원하고 공항 관련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알려져 있고, 하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하나은행의 리워드 포인트와 연계한 관리 편의성이 강조됩니다. 우리 WON 글로벌 체크카드는 국제 현금카드 기능과 더불어 해외 특화 서비스를 앞세우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상품 개편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조건은 반드시 각 은행의 공식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이용 시 유의해야 할 점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분명 해외여행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몇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는 편이 좋습니다.
- 현지 ATM 기기 수수료는 카드사의 면제 혜택과 별개라는 점
- DCC 선택 화면에서는 원화가 아닌 현지 통화를 고르는 것이 보통 유리하다는 점
- 각 통화별 환전 우대율과 지원 통화 종류가 카드마다 다르다는 점
- 이벤트성 혜택(공항 라운지, 캐시백 등)은 기간과 조건이 자주 바뀔 수 있다는 점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잘 활용하면,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환전 수수료 부담도 줄일 수 있으며, 해외에서의 지출을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카드별 세부 조건을 직접 확인하고, 수수료 구조를 이해한 뒤에 사용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 유리한 선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