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카드가 자꾸 튕겨져 나가면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듭니다. 뒤에는 사람들이 줄 서 있고, 카드를 다시 꺼내 긁어 보지만 계속 에러가 나면 얼굴까지 뜨거워집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은 역에서 옆 사람은 휴대폰을 한 번 가볍게 갖다 대기만 하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때 처음으로 메트로카드와 옴니(OMNY)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의 대중교통에는 오랫동안 쓰이던 메트로카드(MetroCard)와, 요즘 점점 더 많이 쓰이는 옴니(OMNY)라는 두 가지 결제 방식이 있습니다. 둘 다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 쓰는 결제 수단이지만, 작동 방식과 편리함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뉴욕시는 이미 메트로카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옴니로 완전히 바꾸는 중이라, 앞으로는 옴니가 사실상 표준이 될 예정입니다.
아래에서는 두 시스템을 차근차근 비교해 보면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쓰는 것이 더 편한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메트로카드와 옴니, 기본 개념부터 정리해 보기
메트로카드는 오래전부터 뉴욕 지하철과 버스에서 쓰이던 노란색 또는 파란색 플라스틱 카드입니다. 카드 윗부분에 검은색 줄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그네틱 스트라이프입니다. 개찰구의 리더기에 이 줄 부분을 쭉 긁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옴니(OMNY)는 그보다 훨씬 나중에 도입된 시스템으로, 카드나 휴대폰을 리더기에 살짝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비접촉식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NFC라는 기술이 사용됩니다. 이 덕분에 실제 교통카드를 따로 만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신용카드나 휴대폰, 스마트워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메트로카드는 “물리 카드 + 긁기(Swipe)”, 옴니는 “비접촉식(Tap) + 다양한 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제 방식의 차이: 긁기 vs. 태그
메트로카드는 개찰구 위에 있는 리더기에 카드를 길게 쭉 긁어야 합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면 인식이 잘 안 되어서 에러가 나기 쉽습니다. 카드가 조금 구부러졌거나 마그네틱 줄이 많이 닳았을 때도 오류가 잘 납니다.
옴니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개찰구 위 혹은 버스 입구 옆에 동그란 OMNY 단말기가 있고, 그 위에 카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긁지 않고,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잠깐만 태그하면 바로 인식됩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접촉식 신용/체크카드 (카드 앞면에 파형 모양 표시가 있는 카드)
- 휴대폰 (Apple Pay, Google Pay, Samsung Pay 등 설정된 상태)
- 스마트워치 (Apple Watch, Galaxy Watch 등)
- OMNY 전용 실물 카드
별도의 교통카드 없이, 평소 쓰던 결제 수단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옴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요금 체계 이해하기: 충전식과 요금 상한제
뉴욕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 요금은 현재 1회 탑승 시 2.90달러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두 시스템 모두 이 기본 요금을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실제로 결제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메트로카드의 요금 방식
메트로카드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쓸 수 있습니다.
- Pay-Per-Ride (충전식):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해 두고 탈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충전할 때 일정 비율의 보너스 금액을 더 넣어주곤 했는데, 이런 보너스는 정책에 따라 자주 바뀌어서, 요즘은 보너스가 없거나 매우 축소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Unlimited Ride (무제한권): 일정 기간 동안 마음껏 탈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대표적으로 7일권과 30일권이 있습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은 몇 번을 타든 별도의 추가 요금이 들지 않습니다.
메트로카드는 “미리” 어느 정도 탈지 예상해서, 충전 금액이나 무제한권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옴니의 요금 방식과 Fare Capping
옴니의 기본은 단순합니다. 탈 때마다 2.90달러가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Fare Capping(요금 상한제)”라는 제도가 붙어 있습니다.
원래 소개된 설명에서는 “월요일 0시부터 일요일 23시 59분까지”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실제 옴니의 요금 상한제는 “처음 탑승한 시점부터 7일 동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특정 요일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옴니로 처음 태그한 순간을 기준으로 7일이 잡힌다고 이해하면 더 가깝습니다.
옴니의 요금 상한제는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 옴니로 1회 탑승할 때마다 2.90달러가 결제됩니다.
- 7일 동안 같은 결제 수단(같은 카드, 같은 휴대폰 등)으로 12번을 탑승하면, 그 7일 동안 더 이상 요금이 추가로 청구되지 않습니다.
- 결국 12번까지는 정상 요금을 내고, 13번째부터는 7일이 끝날 때까지 “자동 무제한”처럼 되는 구조입니다.
이 요금 상한제 덕분에, 굳이 미리 “나는 이번 주에 지하철을 몇 번 탈까?”를 계산해서 무제한권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많이 탔을 때만 무제한권 수준의 혜택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다만, 이 시스템은 결제 수단 하나당 따로 계산되므로, 같은 사람이라도 여러 카드를 섞어 쓰면 상한제 혜택이 분산되어 충분히 살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한 가지 수단으로만 태그하는 편이 좋습니다.
환승 규칙: 두 시스템 모두 같은 혜택
환승 규칙은 메트로카드와 옴니가 거의 같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버스와 버스 사이에서 2시간 안에 갈아탈 경우, 추가 요금 없이 무료 환승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내려서 1시간 안에 버스를 타면 두 번째 탑승에는 따로 요금이 청구되지 않습니다. 옴니로 탈 때도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 안에 갈아타면 자동으로 환승으로 인식하여 두 번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옴니에서도 같은 결제 수단을 계속 사용해야 환승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탑승은 휴대폰으로 하고, 두 번째 탑승을 다른 카드로 하면 시스템이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해 환승이 아닌 별도 탑승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구매와 충전: 어디서 어떻게 준비할까
메트로카드 구매 방법
메트로카드는 지하철역 안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언어를 선택한 뒤, 새 카드를 구매하고 금액을 충전하거나, 7일 무제한권 또는 30일 무제한권을 선택하면 됩니다. 역 무인기뿐 아니라, 역 내 부스 직원이나 일부 편의점에서도 구입과 충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뉴욕시는 메트로카드를 점점 줄이고 있어서, 앞으로는 새 카드 발급이나 충전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완전히 폐지되는 시점은 공식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략 2025년 전후를 목표로 단계적 종료가 진행 중입니다.
옴니 이용 방법
옴니는 준비 과정이 훨씬 단순합니다.
- 비접촉식 신용/체크카드가 있다면, 별도의 등록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 개찰구에서 카드만 갖다 대면 곧바로 첫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에 Apple Pay, Google Pay, Samsung Pay 등을 설정해 두었다면, 그 기기를 그대로 OMNY 리더기에 태그하면 됩니다.
- 이 모든 것이 없다면, OMNY 전용 실물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OMNY 전용 실물 카드는 CVS, Walgreens와 같은 대형 약국 체인이나 여러 소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카드 자체 가격은 대략 1달러 수준이며, 그 이후에는 현금이나 카드로 금액을 충전해서 쓰는 방식입니다. 이 카드는 교통비를 따로 관리하고 싶거나, 비접촉식 결제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 유용합니다.
편의성과 안전성: 실제로 써보면 느껴지는 차이
메트로카드는 물리 카드를 꼭 지갑에 넣어 다녀야 하고, 카드를 긁는 과정에서 에러가 자주 날 수 있습니다. 마그네틱 줄이 조금만 손상되어도 인식이 잘 안 되고, 카드가 오래될수록 실패율이 높아집니다.
또한 카드를 분실했을 때, 미리 등록해 두지 않았다면 남은 잔액을 돌려받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기 무제한권을 사용 중일 때 분실하면 손해가 꽤 큽니다.
옴니는 이런 점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 실제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만으로 바로 태그할 수 있습니다.
- 태그 속도가 빠르고, 실패율이 낮아서 개찰구에서 막히는 일이 훨씬 적습니다.
- 휴대폰이나 카드, 시계를 잃어버리더라도 금융사 앱이나 계좌에서 바로 결제를 중단시킬 수 있어 피해를 줄이기 쉽습니다.
특히 Fare Capping 덕분에 “이번 주에 얼마나 탈지”를 계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정 수준까지만 요금을 내면 된다는 점이 심리적으로도 편합니다.
사용 가능한 구간과 제한 사항
메트로카드와 옴니 모두 기본적으로 뉴욕시 지하철, MTA 버스,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통근 열차(예를 들어 롱아일랜드레일로드나 메트로노스 같은 노선)에서는 사용 방식이 다르거나 별도의 요금 체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뉴욕시는 장기적으로 옴니를 대중교통 전체에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메트로카드는 점점 사라질 예정입니다. 지금 새로 시스템을 익힌다면, 메트로카드보다 옴니를 중심으로 익혀 두는 편이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유리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이 잘 맞을까
여행객이나 단기 방문자
뉴욕에 며칠 머무는 여행자라면, 별도의 카드를 살 필요 없이 옴니를 사용하는 편이 거의 항상 더 편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비접촉식 카드나 휴대폰만 있으면 바로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고, 줄을 서서 자동판매기에서 카드를 사거나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에 여러 번, 며칠 동안 계속 대중교통을 탄다면 7일 Fare Capping 덕분에 자연스럽게 “주간 무제한권”과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정이 유동적일 때 유리합니다.
NFC가 없는 휴대폰 사용자, 현금 중심 사용자
혹시 휴대폰이 오래돼서 비접촉식 결제가 안 되거나, 평소 현금 사용을 선호한다면 선택지가 조금 달라집니다.
- 메트로카드가 아직 완전히 폐지되기 전이라면, 역 자동판매기에서 메트로카드를 구매해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OMNY 전용 실물 카드를 하나 구매해두고 현금으로 충전해서 쓰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메트로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기 거주자, 출퇴근용 이용자
매일 출퇴근으로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이전에는 7일 또는 30일 무제한 메트로카드가 가장 익숙한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30일 무제한권은 자주 탈수록 이득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 7일 단위로만 본다면, 옴니의 Fare Capping이 기존 7일 무제한권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일주일 안에 12회 이상 타면 자동으로 그 주의 나머지는 무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 30일 무제한권과 완전히 같은 수준의 옴니 상품은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해 쓰는 방식이 꼭 필요하다면, 그 시점의 정책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뉴욕시가 메트로카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출퇴근에 옴니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편합니다.
메트로카드에서 옴니로 넘어가는 흐름 이해하기
메트로카드는 한때 뉴욕 대중교통의 상징 같은 존재였습니다. 지갑 속에서 노란 카드를 꺼내 개찰구에 긁는 장면은 뉴욕을 다룬 많은 사진과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그네틱 카드 방식은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마그네틱 줄의 손상, 개찰구 오류, 카드 복제 위험, 분실 시 잔액 보호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이 쌓이면서, 결국 뉴욕시는 비접촉식·디지털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옴니입니다.
옴니는 단순히 새로운 카드가 아니라, “결제 방식 전체”가 바뀐 것에 가깝습니다. 물리 교통카드를 반드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휴대폰·시계·은행카드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이 모두 대중교통 티켓의 역할까지 겸하게 됩니다. 요금 상한제 같은 제도를 함께 도입해서 굳이 이용자가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당한 선에서 요금을 멈추도록 설계한 점도 눈에 띕니다.
지금은 두 시스템이 함께 존재하는 과도기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옴니 리더기에 휴대폰을 태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메트로카드를 쓰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새로 뉴욕 대중교통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옴니에 익숙해지는 편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느껴집니다.